현대인은 누구나 외롭다. SNS 속 친구가 수백 명이어도 정작 따뜻한 포옹 한 번이 필요한 순간은 많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친밀감 대여 앱(Professional Cuddling Service)’이다. 말 그대로 포옹과 감정적 교감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들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의 이 글에서는 독특한 서비스가 어떻게 탄생했고,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은 어떠하며,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윤리적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외로움이 만든 시장 – 친밀감 대여 앱이란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재택근무, 1인 가구 증가 등은 ‘신체적 접촉의 결핍’을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터치 헝거(touch hunger)’라고 부른다. 이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기업과 스타트업이 “돈을 주고 포옹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앱이 Cuddlr다. 2014년 출시 당시 ‘포옹 전용 틴더’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위치 기반으로 주변 사람을 찾아 즉석에서 포옹하는 개념인데, 개발자는 “성적 접촉이 아닌 플라토닉(비성적) 포옹”임을 강조했다. 이후 CuddleComfort.com 같은 플랫폼은 좀 더 정교한 매칭과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심지어 폴란드에는 ‘Ania Od Przytulania’라는 전문 커들링 살롱이 생겨 웨이팅 리스트가 길게 늘어섰다.
서비스 이용 방식은 단순하다. 앱에서 프로필을 보고 커들러(제공자)와 고객이 예약을 잡는다.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 시간 포옹·손잡기·대화 등을 하며, 세션 종료 후에는 리뷰를 남긴다. 가격은 시간당 40~80달러 수준으로 보고되며, 가상 상담·화상 커들링 같은 온라인 옵션도 늘고 있다.
이처럼 ‘포옹을 빌려주는 시장’은 분명 실체가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까? 많은 이용자는 “정서적 위로”와 “안정감”을 꼽는다. 특히 가족·연인이 없거나, 낯선 환경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휴식 공간’이 되는 것이다.
- 사용자 경험 – 따뜻한 위로일까, 불편한 거래일까
긍정적인 후기부터 살펴보자. 일부 이용자는 “커들링 세션 후 불안이 줄고, 숙면을 취하게 됐다”, “아무런 조건 없는 포옹이 이렇게 큰 힘을 줄 줄 몰랐다”고 쓴다. 특히 PTSD, 우울증, 사회적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커들링을 보조 치료처럼 활용한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가 미리 경계(boundary)를 설정해 주고, 비성적·플라토닉이라는 규칙이 강조되면 더 안전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험도 적지 않다. Cuddlr 앱 초기 사용자들은 “의도가 불분명하다” “성적 접근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불만을 남겼다. CuddleComfort.com 역시 “비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 “프로필이 허위거나 사기성 있는 경우가 있다”는 후기가 존재한다. 일부 사용자는 예약 취소, 노쇼(no-show), 대화 도중 불쾌한 언행 등을 경험했다고 밝힌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감정적 취약성’이다. 외롭거나 우울한 사람일수록 서비스에 더 의존하기 쉽다. 커들러가 친절할수록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는데, 세션이 끝난 뒤 공허감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즉, 이 서비스가 단순한 상품 거래인지, 일종의 ‘관계’인지 모호해지면서 이용자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양면성을 보면, 친밀감 대여 앱이 결코 가벼운 ‘이색 서비스’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용자의 기대치와 실제 경험, 그리고 제공자의 윤리적 태도 모두가 결과를 좌우한다.
- 포옹을 거래하는 시대의 윤리 –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첫째, 비성적 서비스의 경계다. 커들링은 플라토닉을 강조하지만, 물리적 접촉이라는 특성상 언제든 성적 암시나 기대가 개입될 수 있다. 이용자뿐 아니라 제공자도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동의(consent)’와 ‘경계 설정(boundary)’이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Professional Cuddlers Code of Ethics’ 같은 윤리 강령이 존재하며, 세션 전 계약서를 작성하는 곳도 있다.
둘째, 취약성의 착취 가능성이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 사람은 더 쉽게 고가 서비스에 의존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취소 정책·신원 확인 등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플랫폼이 최소한의 인증 절차와 평가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기나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셋째, 사회적 낙인과 개인정보 보호다. 한국처럼 신체적 친밀감에 보수적인 문화권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노출될 때 사회적 시선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앱은 개인 정보 보호와 익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법적·제도적 모호성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매매 관련 법규와 혼동될 소지가 있다. 사업자 등록, 소비자 보호, 안전관리 규정 등도 미비한 경우가 많다. 커들링이 합법이더라도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제도적 장치와 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서비스’와 ‘인간관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포옹과 감정적 교감은 본래 무상(無償)으로 주고받는 행위다. 그것이 상품이 될 때, 우리는 더 섬세한 윤리와 규칙을 요구받는다.
친밀감 대여 앱은 현대인의 외로움과 접촉 결핍을 반영한 새로운 산업이다. 어떤 이에게는 구원처럼 다가오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실망과 위험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가 경계를 인식하고, 플랫폼이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언젠가 이런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이 서비스가 인간의 따뜻함을 빌려주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고립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포옹을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진정한 정서적 유대까지 살 수 있을까? 그것이 이 산업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일 것이다.